2025년 회고
들어가며
2025년은 나한테 롤러코스터 같은 한 해였다. 많은 일들이 있었고 환경의 변화도 많았다. 미국과 한국을 오갔고, 소속된 곳이 바뀌었으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다. 지난 1년을 타임라인을 따라 정리해 본다.
커리어 변화
4월 16일: Vercel 본사 근무를 위한 Relocation
Vercel 본사 근무를 위해 미국으로 이동했다. 짧지 않은 기간 동안 현지에서 일하며, 이전과는 다른 환경과 문화 속에서 일을 하게 됐다.
6월 16일: 귀국
두 달 정도의 미국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 시점까지도 이후의 방향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던 것은 아니었다.
7월: Vercel 퇴사
어쩌다 보니 Vercel을 퇴사하게 됐다. 당시에는 회사가 지나치게 무례하다고 느꼈고, 더 이상 같이 일하고 싶지 않다는 감정이 컸다. 분노와 피로가 동시에 있었다. 말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시간이 조금 지난 뒤, 미국 기업 문화에 대해 미국에 거주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또 인공지능을 통해 정리해보면서 그 상황을 다시 바라보게 됐다. 미국 정서 기준으로 보면 회사 쪽이 특별히 잘못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한국 기준으로는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방식이었지만, 억울함을 말하고 싶은 건 아니다. 그 당시의 나는 그렇게 느꼈고, 그게 전부였다.
7월: Delino 창업
나는 원래 창업이 하고 싶었다. 아이템도 여러 개 생각해두고 있었다. 마침 퇴사를 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는 잘 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감정과는 별개로, 방향을 바꾸기에 적절한 시점이었다.
8월 9일: Real Prompter 런칭
Claude Code를 활용해 여러 서비스를 만들면서 한 가지를 계속 느꼈다. LLM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는 점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프롬프팅은 어떻게 하느냐”고 물어봤고, 나는 반복해서 비슷한 답을 해왔다.
Roo Cline 등을 사용해 내가 실제로 하던 작업 방식들을 블로그와 SNS를 통해 여러 번 공유했고, 이를 반복하다 보니 서비스화하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Real Prompter를 만들게 됐다.
10월 14일: AutoDev 런칭
LLM을 잘 사용하는 것이 요령이나 감각의 문제인 것은 맞지만, 시스템적인 방식으로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AI 덕분에 그 요령이나 감각조차 자동화가 가능한 시대라는 것이다.
AutoDev는 내가 이전부터 계속 이야기해오던 작업 방식을 자동화한 도구였다. 내가 강조해온 핵심은 몇 개 더 있지만, 가장 핵심적인 것은 세 가지였다.
복잡한 작업을 적절한 단위로 쪼개는 것
여러 세션에 걸쳐 반복적으로 검증하고 피드백을 받는 구조
CI와 자동 테스트를 활용한 회귀(regression) 방지
이건 새로운 아이디어라기보다는, 내가 계속 해오던 방식이었다. AutoDev는 그 방식을 도구로 옮긴 결과였다.
10월 15일: 인프런 멘토링
돈을 받고 진행한 내 인생 첫번째 멘토링이라서 적기로 했다. 인프런을 통해서 진행한 것이었고, AI 활용법 및 오픈소스 관련 전략에 대해서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가격이 한국 기준으론 상당한 가격이었기에 감사한 마음으로 사전 질문들 및 추후 추가 질문들도 답변해드렸다.
10월 23일: AutoDev → DevBird 리브랜딩
Microsoft에서 만든 AutoDev와 이름이 겹치면서 SEO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결국 DevBird로 리브랜딩했다. 제품의 방향이나 철학이 바뀐 것은 아니었다.
10월 27일: Zack과 미팅
Zephyr Cloud의 CEO인 Zack과 미팅을 가졌다. 네트워킹으로 분류할 수도 있었지만, 이후의 커리어와 연결되는 지점이 있어서 이 글에서는 커리어 이벤트로 남긴다.
11월 1일: Zephyr Cloud 업무 시작
많은 여행
이번 해엔 나답지 않게 여행을 많이 다녔다.
4월 16일 ~ 6월 16일: 미국 Vercel 근무
미국에서 Vercel과 함께 일한 이 두 달은 즐거움과 떨림이 공존했던 시간이었다.
낯선 환경에서 일한다는 점에서 긴장도 됐지만, 좋은 친구들을 만나 덕분에 생각보다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일하며 많이 배웠다.
10월 초: 속초 가족 여행
힐링의 시간이었다.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는 시간이 특히 좋았지만, 집에 두고 온 고양이가 계속 마음에 걸려서 조금 일찍 돌아와야 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10월 중순: 부산 여행
동생이랑 부산 여행을 갔다왔다. 열심히 걸었지만 맛있는 음식을 너무 많이 먹었는지 갔다와서 재보니까 체중이 조금 늘었다. 그리고 갈 때 ITX를 탔다. 깨끗하긴한데 너무 느렸다. 그래서 올 때는 KTX 탔다.
해동 용궁사 같은 곳도 보고 왔고, 이재모 피자 같은 맛집도 많이 찾아다녔다.
11월 16일 ~ 23일: 미국 출장 (for Zephyr Cloud)
너무 재밌었다. 일주일간 한 customer onsite였는데 업무 시간엔 일을 엄청나게 많이 했고, 어쩌다보니 앞에 나가서 데모 발표도 했다. 그리고 업무 외 시간에는 대표분이 렌트하신 차로 같이 놀러다녔는데 이게 정말 재밌었다. 재밌는 여행을 할 수 있게 해주신 대표분께 감사드린다.
11월 말 ~ 12월 초: 일본 도쿄 여행
동생이랑 일본 도쿄로 짧은 여행을 갔다왔다. 도쿄 디즈니랜드 가서 재밌게 놀았고, 미녀와 야수라는 가장 인기 많은 놀이기구에 충격을 받았다. 그래도 디즈니랜드에서 다른 건 다 재밌었어서 만족스러웠다.
근데 숙소 위치를 조금 잘못 잡았던 것 같다. 신주쿠 가부키초 쪽이었는데 저녁엔 무서워서 안 나갔다.
12월 중순: 속초 가족 여행
홈캠 등의 장비들을 설치하고 가서 고양이 걱정을 덜 한 재밌는 여행이었다. 좋은 숙소에 묵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은 여행이었는데, 숙소에서 일도 꽤 많이 했다.
많은 네트워킹과 발표
여러 자리에서 사람들을 만나며 느낀 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AI를 어떻게 잘 써야 할까?”라는 질문이 반복해서 나왔고, 나는 여전히 AI가 버블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AI를 제대로 쓰기 위해서는, 마법 같은 도구를 기대하기보다 구조와 시스템이 먼저 필요하다고 느꼈다.
1월 말: Vercel 최지원과 페어코딩
Vercel의 최지원님과 진행한 페어코딩은 협업 자체가 굉장히 재미있었던 경험이었다.
미국 회사에서 일하면서 한국인 동료와 함께 코드를 짜는 시간이어서 더 편안하고 즐겁게 느껴졌다.
3월 1일: 팀 스파르타(항해) 손윤주 씨와 커피챗
손윤주 씨와의 커피챗에서는 그분이 정말 성실하게 일하는 분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대화 중에는 내가 AI 이야기를 많이 했고, 노트북까지 꺼내 직접 데모를 보여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3월 11일: 항해 AI 웨비나
이 웨비나는 개인적으로 정말 즐거운 경험이었다.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AI는 이제 무조건 써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다녔는데, 그 메시지를 웨비나라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정리해 전달할 수 있어서 좋았다. AI 도구들을 소개하며 내가 계속 강조해오던 이야기를 꺼낼 수 있었던 시간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3월 27일: 성균관대학교 강연
원래는 긴장을 안 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교수님들이 지켜보고 계셔서 생각보다 긴장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수님들이 흥미롭게 들어주시고 질문까지 해주셔서 강연을 마치고 나서는 꽤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8월 6일: 오픈소스 밋업
오픈소스 밋업에서는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운 지점도 있었다.
오픈소스 기여를 마치 개인의 성과나 이력서 한 줄처럼 이야기하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오픈소스는 결국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해 모이는 공동체라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9월 16일: 크래프톤 정글 팟캐스트
이 자리에서는 Vercel에서의 경험과 실리콘밸리에서의 일하는 방식, 그리고 AI 시대에 개발자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많이 이야기했다.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많다 보니 조금 정리가 덜 된 채로 이야기를 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9월 18일: Marco Ippolito 님의 서울 방문
Marco Ippolito 님과의 만남은 서로의 경험을 나누며 굉장히 유익한 시간이었다.
Node 컨트리뷰터분이신데 인사이트가 매우 깊었고, 개인적으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9월 30일: HOCO 팟캐스트
크래프톤 정글 팟캐스트와 비슷한 주제를 다뤘지만, 이번에는 미리 블로그 글로 생각을 정리해 둔 상태에서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었다.
덕분에 훨씬 정돈된 흐름으로 설명할 수 있었고, 스스로도 잘했다고 느낀 자리였다.
10월 24일: 토스 프다클
토스 프다클에서는 사람들이 AI를 사용하는 수준이 생각보다 크게 다르다는 걸 실감했다.
그 경험을 통해 내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또 어떤 방식으로 사람들을 도울 수 있을지 감을 잡게 됐다. 동시에 개인적으로도 많은 인사이트를 얻은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10월 30일: 항해 AI 웨비나 2
기타 이벤트
2월 중순: 수면 문제 해결
내가 원래 잠을 되게 못 자는 사람이었다. 어느 날 우연히 상추차를 접하게 되었는데, 상추차를 마시니까 잠이 잘 왔다. 며칠 실험해보고 이건 진짜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지금은 상추환으로 정착했다. 상추차를 농축해서 환으로 만들어놓은 것인데, 상추차는 차의 특성상 우리거나 마시는 데에 시간이 걸리고, 물을 많이 마시다보니 아침에 자꾸 깨서 상추환이 훨씬 나았다. 상추환을 꾸준히 먹다보니 수면에 관련된 호르몬 자체가 선순환으로 들어간건지 이제는 낮 시간에도 졸리면 낮잠을 잘 수 있게 됐다. 삶의 질이 아주 높아져서 행복하다.
11월 초: 사촌동생 결혼식
사촌동생 결혼식에 참석했다. 놀랍게도 이게 내가 가 본 첫번째 결혼식이다. 나보다 어린 나이에, 오랜 시간 함께한 연인과 결혼하는 모습을 보니까 부러웠고, 나도 원래 한명하고 오래 연애하다가 27살 쯤에 결혼하고 싶었던 사람이라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이 이벤트가 나한테 꽤나 큰 변화를 남겨서 회고록에 적는다.
마치며
2025년을 지나온 지금, 예전보다 자유롭고 행복하다. 내 일을 충분히 잘 해내고 있는 것 같아서 뿌듯하기도 하다. 여전히 실험 중이고, 여전히 복잡한 문제를 풀고 있지만, 지금의 상태는 나쁘지 않다고 느낀다.